메시지 아카이브에는 청소년기후행동의 당시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잘 드러난 기행레터를 모았습니다. 2023년 7월 28일, 당시 집중 호우로 재난 위험과 영향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기후위기라는 문제 속에서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지역 소멸, 재난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연결된 문제인지를 짚는 레터를 작성하였습니다.
*58호 레터 전문 보기: https://gihang.stibee.com/p/60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전국 집중호우로 집을 잃은 사람들은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앙안전대책본부에서 밝힌 이재민은 약 3,100명입니다.
2,300명가량이 마을회관이나 학교 같은 임시주거시설에서 지내고 있으며 그 외에 인원은 친인척 집에서 지내는 중이라고 합니다. 이런 와중에 경북의 한 경로당은 단체 생활 중인 이재민들 사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며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피해 복구 작업이 쉽지 않은 데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지원금은 피해액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난 레터에서 언급한 것처럼 작년 태풍 이후 포항에는 여전히 피해 복구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피해보상금 600만 원으로 일상으로 돌아오기에는 잃은 것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집을 소유한 사람과 소유하지 못한 사람 사이에도 차등이 존재합니다. 작년 큰 산불이 휩쓸고 간 울진의 산불 이재민들은 아직 임시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중 집을 소유하고 있던 사람만 자택과 토지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입자는 집주인보다 적은 보상금이 전부입니다. 집주인이 같은 곳에 집을 지어 다시 세입자를 받아주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거주의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정부는 재산상의 권리에 대해서는 비교적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세입자의 주거권에 대해서는 소극적입니다. 평범했던 사람이 한순간에 약자가 되어버리는 게 기후위기입니다. 회복탄력성마저 차등을 둡니다. 재난은 찾아오는 순간도 이후로도 모든 것이 불평등합니다.
한편, 지난 21일 충북 청주시의 수해복구 현장에서는 일용직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청주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린 상태였지만 수해복구 작업은 계속됐습니다. 오송 지하차도를 비롯해 많은 곳이 침수 피해를 본 상황 속에 재난이 또다시 죽음을 만들었습니다.
변하지 않는 사회를 살아가며 약자가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것. 이게 우리가 바라던 세상이 맞을까요?
준비되지 않은 사회
모든 것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책이 그 무엇도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재난에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피해를 줄이지도 못하며 회복조차 못합니다. 한 번 재난을 겪으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적응과 대비의 기회를 버린 결과입니다.
최근 한반도에 나타났던 집중 호우에 대해 WMO는 돌발홍수(Flash Flood)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돌발홍수는 순식간에 많은 비가 불어나 물이 땅을 메울 정도로 범람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번 경북지방에서 일 년 강수량의 1/4이 사흘 만에 내린 것만 봐도 기존에 사용하던 폭우나 집중 호우보다는 돌발 홍수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은 여전히 부진합니다. 올해 5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대책은 극단적 호우가 발생하면 기상청이 직접 지역 주민에게 문자를 보내고 관계 기관에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는 것입니다. 인명 피해 우려 지역에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위험 상황 점검과 통제를 한다고 했는데 이번 오송 지하차도의 경우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하 공간에 대해서는 물막이판 등을 설치하고 물이 차면 대피하라는 행동 요령의 배포가 전부였습니다. 기후위기를 반영해 안전 기준을 강화한다고 하는데 효과를 본 것은 없습니다.
지역소멸과 재난
이 와중에 위험 지역으로 지정되지 못하면 이런 설비조차 지원받지 못합니다. 이번 폭우로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경북 지역 마을 14곳이 모두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피해 마을이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되지 못한 이유로는 적은 인구수가 있었습니다. 큰 비용으로 많은 사람이 편익을 보는 곳을 지정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인구수가 적으면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사업을 할 수는 있지만 재정 상태가 열악하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합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많이 쓰는 방법이 바로 기피 시설입니다. 발전소와 같은 시설을 이러한 지역에 건설하여 지역 주민의 입을 막고 지역을 도시의 소모품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울진과 영덕 등에 원전을 늘리는 계획이 나왔습니다. 겉으로는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대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지역소멸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발전소 등에 의존하는 지역 경제는 결국 도시 자본에 종속됩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사라진 건에 대하여
결국 이 모든 건 기후위기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대책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재난에 휩쓸려 모든 문제의 시작이 기후위기였다는 걸 잠시 잊기라도 한 걸까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국가의 전환 계획은 여전히 부재합니다. 계획이라고 내놓은 게 기후위기를 못 막는다면 그건 전환계획이 아니겠죠? 정부의 가덕도 신공항을 위한 움직임은 이렇게나 빠른데 재난에 대한 대처는 늘 늦기만 합니다. 석탄 발전소 건설은 멈출 줄을 모르고, 재난을 천재지변이라고 부르며 책임 회피만 반복합니다.
기후위기가 자연재해라고 하면 뭐가 바뀌나요? 인재든 천재지변이든 국가가 위기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건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재해에 대한 수습과 제대로 된 예방책, 사회 안전망과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다루지 않는다면 우리는 같은 재난을 수없이 되풀이할 것입니다.
*재해 발생 위험이 높아 시/군이 관리하는 지역을 의미합니다. 위험지역으로 지정되면 국비 지원으로 평균 100억가량의 안전 설비 설치가 가능해집니다
메시지 아카이브에는 청소년기후행동의 당시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잘 드러난 기행레터를 모았습니다. 2023년 7월 28일, 당시 집중 호우로 재난 위험과 영향이 커지고 있었습니다. 기후위기라는 문제 속에서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지역 소멸, 재난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연결된 문제인지를 짚는 레터를 작성하였습니다.
*58호 레터 전문 보기: https://gihang.stibee.com/p/60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전국 집중호우로 집을 잃은 사람들은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앙안전대책본부에서 밝힌 이재민은 약 3,100명입니다.
2,300명가량이 마을회관이나 학교 같은 임시주거시설에서 지내고 있으며 그 외에 인원은 친인척 집에서 지내는 중이라고 합니다. 이런 와중에 경북의 한 경로당은 단체 생활 중인 이재민들 사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며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피해 복구 작업이 쉽지 않은 데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지원금은 피해액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난 레터에서 언급한 것처럼 작년 태풍 이후 포항에는 여전히 피해 복구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피해보상금 600만 원으로 일상으로 돌아오기에는 잃은 것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집을 소유한 사람과 소유하지 못한 사람 사이에도 차등이 존재합니다. 작년 큰 산불이 휩쓸고 간 울진의 산불 이재민들은 아직 임시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중 집을 소유하고 있던 사람만 자택과 토지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입자는 집주인보다 적은 보상금이 전부입니다. 집주인이 같은 곳에 집을 지어 다시 세입자를 받아주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거주의 권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정부는 재산상의 권리에 대해서는 비교적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세입자의 주거권에 대해서는 소극적입니다. 평범했던 사람이 한순간에 약자가 되어버리는 게 기후위기입니다. 회복탄력성마저 차등을 둡니다. 재난은 찾아오는 순간도 이후로도 모든 것이 불평등합니다.
한편, 지난 21일 충북 청주시의 수해복구 현장에서는 일용직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청주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린 상태였지만 수해복구 작업은 계속됐습니다. 오송 지하차도를 비롯해 많은 곳이 침수 피해를 본 상황 속에 재난이 또다시 죽음을 만들었습니다.
변하지 않는 사회를 살아가며 약자가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인 것. 이게 우리가 바라던 세상이 맞을까요?
준비되지 않은 사회
모든 것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책이 그 무엇도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재난에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피해를 줄이지도 못하며 회복조차 못합니다. 한 번 재난을 겪으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합니다. 적응과 대비의 기회를 버린 결과입니다.
최근 한반도에 나타났던 집중 호우에 대해 WMO는 돌발홍수(Flash Flood)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돌발홍수는 순식간에 많은 비가 불어나 물이 땅을 메울 정도로 범람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번 경북지방에서 일 년 강수량의 1/4이 사흘 만에 내린 것만 봐도 기존에 사용하던 폭우나 집중 호우보다는 돌발 홍수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은 여전히 부진합니다. 올해 5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대책은 극단적 호우가 발생하면 기상청이 직접 지역 주민에게 문자를 보내고 관계 기관에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는 것입니다. 인명 피해 우려 지역에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위험 상황 점검과 통제를 한다고 했는데 이번 오송 지하차도의 경우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하 공간에 대해서는 물막이판 등을 설치하고 물이 차면 대피하라는 행동 요령의 배포가 전부였습니다. 기후위기를 반영해 안전 기준을 강화한다고 하는데 효과를 본 것은 없습니다.
지역소멸과 재난
이 와중에 위험 지역으로 지정되지 못하면 이런 설비조차 지원받지 못합니다. 이번 폭우로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경북 지역 마을 14곳이 모두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피해 마을이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되지 못한 이유로는 적은 인구수가 있었습니다. 큰 비용으로 많은 사람이 편익을 보는 곳을 지정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인구수가 적으면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사업을 할 수는 있지만 재정 상태가 열악하기 때문에 한계가 명확합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많이 쓰는 방법이 바로 기피 시설입니다. 발전소와 같은 시설을 이러한 지역에 건설하여 지역 주민의 입을 막고 지역을 도시의 소모품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울진과 영덕 등에 원전을 늘리는 계획이 나왔습니다. 겉으로는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대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지역소멸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발전소 등에 의존하는 지역 경제는 결국 도시 자본에 종속됩니다.
근본적인 대책이 사라진 건에 대하여
결국 이 모든 건 기후위기로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대책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당장 눈앞에 닥친 재난에 휩쓸려 모든 문제의 시작이 기후위기였다는 걸 잠시 잊기라도 한 걸까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국가의 전환 계획은 여전히 부재합니다. 계획이라고 내놓은 게 기후위기를 못 막는다면 그건 전환계획이 아니겠죠? 정부의 가덕도 신공항을 위한 움직임은 이렇게나 빠른데 재난에 대한 대처는 늘 늦기만 합니다. 석탄 발전소 건설은 멈출 줄을 모르고, 재난을 천재지변이라고 부르며 책임 회피만 반복합니다.
기후위기가 자연재해라고 하면 뭐가 바뀌나요? 인재든 천재지변이든 국가가 위기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건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재해에 대한 수습과 제대로 된 예방책, 사회 안전망과 더불어 온실가스 감축정책을 다루지 않는다면 우리는 같은 재난을 수없이 되풀이할 것입니다.
*재해 발생 위험이 높아 시/군이 관리하는 지역을 의미합니다. 위험지역으로 지정되면 국비 지원으로 평균 100억가량의 안전 설비 설치가 가능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