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레터]47호 레터 - 추석에도 레터는 쉬지 않긔 (20220909)

메시지 아카이브에는 청소년기후행동의 당시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잘 드러난 기행레터를 모았습니다. 기후위기와 재난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지점을 짚은 레터의 글입니다. 

*47호 레터 전문 보기: https://gihang.stibee.com/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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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위기를 기회로.’ 익숙한 말입니다. 이 말은 정치권이나 미디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대중화가 된 만큼 이걸 기회라고 부르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뭐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 멋진 말이기는 합니다. 기후위기지만 우리는 분명 살길을 찾는다는 희망찬 메시지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대체 무엇을 위한 기회일까요? 더 높은 도약? 더 많은 명예? 지위, 권력, 자본.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이는 개인 또는 집단의 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후위기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모든 이들에게 기후위기는 기회입니다.


관점을 달리하면 청기행을 포함한 기후단체에도 이게 기회일 수 있다는 것이겠죠. 기후위기 덕분에 돈과 관심을 쏟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그 자원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게 기후단체니까요. 긍정이나 부정이랄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기후단체나 시민단체가 자신들이 다루는 이슈를 기회라고 부르진 않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싸우고자 하는 문제가 고작 기회 따위로 치환될 만큼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걸요.


세상을 변화시키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절망보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그게 위기를 기회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몫은 아닙니다. 위기를 축소하고 문제에서 눈을 돌리는 희망은 그저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절망일 뿐입니다. 기후위기 앞에서 나 하나 제대로 챙길 여력도 없는데 이걸 기회라고 부르는 게 희망이 될 수 있을까요? 희망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부르는 말입니다. 


기후위기가 대중화가 되고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만큼 그 위기의식 또한 하향 평준화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대중화가 된다는 건 팔리는 아이템이라는 것이고 이미 기후위기의 상품성은 증명이 되었죠. 그렇기 때문에 기회라고 부르는 것을 우리가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기후위기를 진짜로 해결하고 싶다면 절대 위기를 기회라고 불러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위기를 멋대로 기회 삼아서는 안 됩니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로 당장의 피해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똑바로 마주하고 대응책을 찾아야 합니다. 기후위기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도 기후위기로 인한 재해 기사가 매일 쏟아져나오는 세상이니까요. 이런 상황이 당연해지기 전에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재난을 대하는 방법🪟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 기사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가뭄과 폭염 끝에 폭우를 지나 태풍까지 전 세계에서 목격되는 이상 현상들. 원인은 당연하게도 기후위기가 지목됩니다. 뉴스레터를 만들기 위해 기사를 뒤적거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세상에 이슈는 많은데 우리가 전달할 만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마치 옷장에 옷은 많은데 입을 옷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요)


매일 보는 재난 소식을 들어도, 이 정도면 레터감라고 보내준 소식을 읽어도, 판단이 잘 안되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레터감인 소식은 뭘까요?


중요한 이야기는 몇 번을 해도 부족하다. 계속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늘 그런 말을 듣는데 솔직히 컨텐츠를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같은 소리를 계속 들으면 지겨운 게 당연한 거겠죠. 

새로운 이야기와 반복되는 이야기 사이의 밸런스를 맞추기가 참 어렵습니다. 원래 그런 것일까요. 

레터를 만들면서 절대 다루지 않는 이야기가 있는데 바로 자연재해입니다. 레터 원고 소재로 제시되는 사고 소식은 많았지만 쓰지 않았습니다. 피해를 다루는 것까지는 가능해도 그다음의 이야기로 나아가지 못하니까요. 방법이 없었습니다. “어디에는 얼마큼의 피해가 있었고… 이게 다 기후위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서 변하는 게 있을까요? 물론 뉴스 기사로 나오는 건 중요합니다. 재해에 대한 소식은 사회적 관심도에 따라 후속 대처의 질과 속도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기행레터에서 다루기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런 재난 뉴스를 보면 기후위기가 진짜 내 일상과 가깝게 있구나 실감하게 돼요.” 

재난 뉴스를 보면 님은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저는 딱히 별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제 일도 아닌데 걱정하고 슬퍼해 봤자 변하는 게 없으니까요. 그냥 “그렇구나.”,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그냥 “그랬대요”. 하며 넘어갑니다. 


기후재난이 잦아지고 많은 기사가 나오니까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내 일처럼 느낀다는 분도 계시고요. 

정말로 그런가요?


재난은 여전히 일상과 단절되어 있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소식에 우리는 기후위기를 한층 더 가깝게 인지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무감각해지고 있습니다. 기사를 보고 “기후위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하겠어! 역시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의 변화가 필요해! 최선을 다해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자!” 이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재난의 원인은 기후위기 때문이라며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많지만 이에 관한 논의가 제대로 이어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결국 재난은 재난이고 기후위기 대응은 다른 문제입니다. 재난의 피해 소식을 보도해도 아무 소용이 없는 이유입니다.


기후재난을 알리는 건 개인의 각성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진화하는 재난 속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사회 안전망에 대한 경고입니다. 그냥 나 혼자 “기후위기 심각하구나.”를 깨닫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였고 왜 이런 재난이 일어났는지 고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문제 진단하고 제대로 된 사회 안전망을 요구하는 게 우리가 재난을 거쳐 나아가는 방법일 테니까요.


앞으로도 기행레터가 재난 소식을 뉴스처럼 보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쏟아지는 이슈 안에서 우리가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도록, 피해의 소식에 무뎌지지 않도록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이야기를 계속 던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게 청기행이 기후위기를 대하는 방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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