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명서]
기본권 보호에 답하지 않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를 규탄한다
2026년 8월 26일,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기후위기라는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를 물었다. 그리고 그 의무가 최소한 갖춰야 할 기준도 제시했다. 전 지구적 감축 노력에 공정하게 기여할 것, 미래에 지나친 부담을 넘기지 않을 것,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을 고려할 것. 헌재 결정 이후 거의 2년이 지나 완성된 이 법은 끝내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오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탄소중립기본법이 헌재 결정에 충분한지 묻는 질의에 아쉬운 점이 있지만 대한민국의 여건상 최선의 대안이라고 답했다. 목표는 구호가 아니라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기에 범위형으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실현 가능성은 물리적으로 감축할 방법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산업계는 선형감축경로조차 부담스럽다고 말했고, 감축을 더 뒤로 미루는 경로까지 요구했다. 이해관계자들이 지금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 수준이 ‘실현 가능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국가의 기후목표는 지금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이 누적될수록 기후위험이 비가역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사회가 감당해야 할 위험을 어느 수준까지 줄여야 사람들의 삶과 권리가 보호될 수 있는지를 분명히 정하는 기준이어야 한다. 목표가 그때그때 의지에 따라 바뀌면, 사회는 대응 수준을 안정적으로 정할 수 없고 더 나은 대응을 찾기도 어려워진다. 목표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기준이어야지, 뒤로 미룰 수 있는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헌법재판소로 간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국가가 그때그때의 여건과 부담을 이유로 감축 수준을 정한다면 지금의 부담을 덜기 위해 감축을 뒤로 미루는 선택이 반복되고, 더 큰 위험과 책임은 미래로 넘어간다. 헌법재판소 역시 이러한 부담 이전의 위험을 지적하며 2031년 이후 감축목표와 경로의 대강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도록 요구했다.
기본권 보호의무는 여건이 허락하는 만큼만 하면 되는 의무가 아니다. 국가가 스스로 계산한 ‘현실적인 수준’에 맞춰 보호의 기준을 낮출 수 있다면, 헌법재판소가 확인한 국민의 권리는 국가의 사정에 따라 물러설 수 있는 것이 된다. 헌법소원으로 확인한 것이 권리는 국가가 그때그때 베풀 수 있는 선의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정부가 말하는 ‘현실성’에는 산업의 경쟁력과 이행 여건은 들어갔지만, 배출이 누적될수록 커지는 기후위험과 그 위험이 사람들의 삶과 권리에 미칠 영향은 같은 판단 기준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위험의 현실을 제외한 채 정한 ‘현실적인 수준’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국가가 현재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수준과 국민이 감당해야 할 위험을 줄이는 데 필요한 수준은 같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통과된 법은 2035년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53~61퍼센트의 범위로 두면서, 배출권거래제 등 실제 규제는 하한에 연결했다. 2040년과 2045년의 구체적인 목표는 각각 2031년과 2036년의 결정으로 남겼다. 법이 최소한으로 강제하는 책임은 가장 낮은 선에 놓였고, 그보다 높은 수준의 감축은 미래의 판단으로 넘어갔다.
정부는 감축목표에는 ‘실현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법에 적어놓은 국제적 책임과 미래 부담 이전 금지 역시 실제로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낮은 하한을 정당화할 때에는 현실성을 강조하면서, 더 높은 보호 수준과 법이 스스로 선언한 원칙을 실현할 방법은 마련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 법이야말로 현실성이 없다. 실현 가능성은 국가의 책임을 낮추기 위한 근거가 아니라, 필요한 수준의 보호를 실제로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과제여야 한다.
오늘의 심사에서도 이 법이 기본권 보호에 충분하다는 답은 나오지 않았다. 장관은 아쉬움을 인정했고, 위원장은 이 법이 약하다는 문제 제기에 공감한다며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를 기록으로 남겼다. 한 명의 위원이 반대 의견을 밝혔지만 법안은 그대로 가결됐다. 법사위에서 우리가 제기해 온 헌법적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수정된 것은 개정으로 조항 위치가 바뀌면서 배출권거래법이 인용하는 조문 번호를 정비한 것뿐이었다.
현실을 고려해 조정된 것은 감축의 속도만이 아니다. 국가가 어디까지 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지겠다고 할 것인지 그 기준도 함께 낮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이었다’는 답은 국가의 기후책임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책임을 외면한 답이다.
국가가 산업과 기술, 비용과 사회적 여건을 고려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이 충분히 보호된다는 전제가 없다면 ‘현실성’이라는 명분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 보호될 수 있는가. 그 가장 중요한 질문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았다.
시민들은 국가가 정한 위험을 그저 감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 주체로서 헌법재판소에 섰다. 헌재는 기후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일이 국가의 헌법적 의무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국회는 그 권리가 국가의 감축목표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끝내 답하지 않았다.
시민이 권리의 주체로 국가에 답을 요구했던 자리에서 확인된 권리는, 다시 ‘현실적 여건’이라는 정책적 고려 뒤로 밀려났다. 국회가 법을 통과시켰다고 해서 헌재 결정에 대한 국가의 책임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번 입법을 기본권 보호의무에 대한 답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기후위험으로부터 누구를, 어느 수준까지 보호할 것인지 국회와 정부는 다시 답해야 한다.
2026년 8월 26일
청소년기후행동
[성명서]
기본권 보호에 답하지 않은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를 규탄한다
2026년 8월 26일,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헌법재판소는 국가가 기후위기라는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를 물었다. 그리고 그 의무가 최소한 갖춰야 할 기준도 제시했다. 전 지구적 감축 노력에 공정하게 기여할 것, 미래에 지나친 부담을 넘기지 않을 것, 과학적 사실과 국제기준을 고려할 것. 헌재 결정 이후 거의 2년이 지나 완성된 이 법은 끝내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오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탄소중립기본법이 헌재 결정에 충분한지 묻는 질의에 아쉬운 점이 있지만 대한민국의 여건상 최선의 대안이라고 답했다. 목표는 구호가 아니라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기에 범위형으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실현 가능성은 물리적으로 감축할 방법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산업계는 선형감축경로조차 부담스럽다고 말했고, 감축을 더 뒤로 미루는 경로까지 요구했다. 이해관계자들이 지금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 수준이 ‘실현 가능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국가의 기후목표는 지금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이 누적될수록 기후위험이 비가역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사회가 감당해야 할 위험을 어느 수준까지 줄여야 사람들의 삶과 권리가 보호될 수 있는지를 분명히 정하는 기준이어야 한다. 목표가 그때그때 의지에 따라 바뀌면, 사회는 대응 수준을 안정적으로 정할 수 없고 더 나은 대응을 찾기도 어려워진다. 목표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기준이어야지, 뒤로 미룰 수 있는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헌법재판소로 간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국가가 그때그때의 여건과 부담을 이유로 감축 수준을 정한다면 지금의 부담을 덜기 위해 감축을 뒤로 미루는 선택이 반복되고, 더 큰 위험과 책임은 미래로 넘어간다. 헌법재판소 역시 이러한 부담 이전의 위험을 지적하며 2031년 이후 감축목표와 경로의 대강을 법률에 직접 규정하도록 요구했다.
기본권 보호의무는 여건이 허락하는 만큼만 하면 되는 의무가 아니다. 국가가 스스로 계산한 ‘현실적인 수준’에 맞춰 보호의 기준을 낮출 수 있다면, 헌법재판소가 확인한 국민의 권리는 국가의 사정에 따라 물러설 수 있는 것이 된다. 헌법소원으로 확인한 것이 권리는 국가가 그때그때 베풀 수 있는 선의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정부가 말하는 ‘현실성’에는 산업의 경쟁력과 이행 여건은 들어갔지만, 배출이 누적될수록 커지는 기후위험과 그 위험이 사람들의 삶과 권리에 미칠 영향은 같은 판단 기준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위험의 현실을 제외한 채 정한 ‘현실적인 수준’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국가가 현재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수준과 국민이 감당해야 할 위험을 줄이는 데 필요한 수준은 같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통과된 법은 2035년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53~61퍼센트의 범위로 두면서, 배출권거래제 등 실제 규제는 하한에 연결했다. 2040년과 2045년의 구체적인 목표는 각각 2031년과 2036년의 결정으로 남겼다. 법이 최소한으로 강제하는 책임은 가장 낮은 선에 놓였고, 그보다 높은 수준의 감축은 미래의 판단으로 넘어갔다.
정부는 감축목표에는 ‘실현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법에 적어놓은 국제적 책임과 미래 부담 이전 금지 역시 실제로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낮은 하한을 정당화할 때에는 현실성을 강조하면서, 더 높은 보호 수준과 법이 스스로 선언한 원칙을 실현할 방법은 마련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 법이야말로 현실성이 없다. 실현 가능성은 국가의 책임을 낮추기 위한 근거가 아니라, 필요한 수준의 보호를 실제로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과제여야 한다.
오늘의 심사에서도 이 법이 기본권 보호에 충분하다는 답은 나오지 않았다. 장관은 아쉬움을 인정했고, 위원장은 이 법이 약하다는 문제 제기에 공감한다며 앞으로 더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를 기록으로 남겼다. 한 명의 위원이 반대 의견을 밝혔지만 법안은 그대로 가결됐다. 법사위에서 우리가 제기해 온 헌법적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수정된 것은 개정으로 조항 위치가 바뀌면서 배출권거래법이 인용하는 조문 번호를 정비한 것뿐이었다.
현실을 고려해 조정된 것은 감축의 속도만이 아니다. 국가가 어디까지 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지겠다고 할 것인지 그 기준도 함께 낮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최선이었다’는 답은 국가의 기후책임을 설명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책임을 외면한 답이다.
국가가 산업과 기술, 비용과 사회적 여건을 고려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기본권이 충분히 보호된다는 전제가 없다면 ‘현실성’이라는 명분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 보호될 수 있는가. 그 가장 중요한 질문은 여전히 공백으로 남았다.
시민들은 국가가 정한 위험을 그저 감수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 주체로서 헌법재판소에 섰다. 헌재는 기후위험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일이 국가의 헌법적 의무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국회는 그 권리가 국가의 감축목표에 무엇을 요구하는지 끝내 답하지 않았다.
시민이 권리의 주체로 국가에 답을 요구했던 자리에서 확인된 권리는, 다시 ‘현실적 여건’이라는 정책적 고려 뒤로 밀려났다. 국회가 법을 통과시켰다고 해서 헌재 결정에 대한 국가의 책임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번 입법을 기본권 보호의무에 대한 답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기후위험으로부터 누구를, 어느 수준까지 보호할 것인지 국회와 정부는 다시 답해야 한다.
2026년 8월 26일
청소년기후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