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재생에너지 입법 청원 5만 달성을 위한 기고 글을 작성했습니다. 발전소 폐쇄 정의로운 전환 설명회를 따라다녔던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재생에너지가 필요한 이유를 다뤘습니다.
[기고 전문]
기후운동을 이어온 7년 동안 많은 석탄발전소를 가봤다. 우리는 늘 발전소 앞에서 탈석탄을 외치며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고 돌아왔었다. 탈석탄을 외치면서 정의로운 전환을 함께 말하기는 했지만, 늘 강조는 탈석탄에 맞추어져 있었다. 정의로운 전환은 늘 어려웠고, 내가 당사자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건 연대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땐 시위에 몇 번 나가는 것만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내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작년 겨울, 그 전과는 다른 이유로 석탄발전소를 돌게 되었다. 발전소 폐쇄 정의로운 전환 설명회를 따라다니며 당진, 태안, 영흥, 삼천포, 하동 다섯 곳의 석탄발전소를 다녀왔다.
다섯 곳의 석탄발전소를 다니며 간담회마다 입을 꾹 닫고 고개를 내리깔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이 문제를 나의 문제로 보지 않고 한 발짝 떨어진 채, 탈석탄만 이야기한 것이 부끄러웠다. 우리의 운동이 배제로부터 시작된 만큼, 누구도 배제되지 않기 위한 기후 대응을 만들자고 말해놓고는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었다.
발전소의 폐쇄는 노동자들만의 위험이 아니었다. 발전소 폐쇄 속에서, 사회적으로 야기된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떠넘기는 일을 목격했다. 단지 발전소에서 일하는 어떤 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누군가의 삶을 고립시키고 배제하는지, 그 속에서 문제를 만든 이들은 어떻게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지를 확인했다. 이건 우리 사회에서 익숙하게 봐온 모습이었다. 당장 우리의 삶 속에서 마주하는 다른 문제들의 모습과도 너무 닮아있었다.
지금의 발전소 폐쇄는 끝일 뿐이다. 전환을 위한 시작이 아닌, 화석연료를 줄이면 끝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우리가 줄여야 하는 건 온실가스만이 아니다. 기후위기는 폭염과 폭우를 만들어내지만 침수되는 집, 불안정한 고용, 공동체의 해체, 에너지 접근성의 약화, 폭염에도 일해야 하는 노동 환경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다. 덜 덥고 비가 덜 내리는 기후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덥고 비가 많이 와도 안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석탄발전소의 폐쇄가 기후위기의 위험을 줄이는 일로 보이지만, 지금의 계획 없는 폐쇄는 위험의 총량을 줄이지 못한 채 특정한 사람에게 위험을 떠넘길 뿐이다. 노동자, 지역 주민, 에너지 빈곤층에게 위험을 떠넘긴 채, 우리의 안전만을 챙긴다면 과연 그건 안전한 것일까. 전환은 누구와 함께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설계하는 문제다. 그 과정이 비어 있다면, 그다음 위험은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우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누구도 빼놓지 않아야 한다.
종종 왜 기후위기가 복지와 연결이 되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는 기후위기 속에서도 안전하게 살아가고 싶어서 기후운동을 한다. 기후위기의 위험이 커질수록, 사회안전망과 복지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는 혼자서는 이겨낼 수 없는 위기를 만들어내니까.
공공의 것을 늘린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믿을 구석을 늘리는 것이다. 더운 여름의 선풍기, 추운 겨울의 전기장판을 책임지는 전기가 우리의 것이 아니라면,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우리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함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함이라면, 우리는 그 전기를 믿고 사용할 수 있을까.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을까. 돈이 없어도,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전기를 쓸 수 있을까. 혼자서 모든 것을 책임지지 않을 수 있도록, 사회적 위기가 개인의 위기가 되지 않도록 우리에게는 안전망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은 단지 에너지와 노동의 의제가 아니다. 어떻게 기후위기 대응하고, 어떻게 안전을 보장할지, 우리 사회가 어떤 전환을 향해 나아갈지의 문제이다. 전환은 공공의 것을 늘려야 한다. 전환은 모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전환은 누구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전환은 모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그 전환만이, 기후위기 속에서도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더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말로 누군가를 배제해도 된다는 위기 앞에서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전환은 가능하다고 함께 이야기해 줄 사람들이 있어야 우리는 이 위기를 넘어갈 수 있다. 올해 태안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가 시작된다. 지금이 가장 안전한 전환을 설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국민동의청원으로 그 시작을 만들 수 있다. 우리의 작은 수고로 함께 만들 수 있는 전환은 고립과 배제가 아닌 모두의 전환이다. 기후위기 대응의 끝이 모두의 안전일 수 있도록, 그 시작에 함께해주었으면 좋겠다.
공공재생에너지 입법 청원 5만 달성을 위한 기고 글을 작성했습니다. 발전소 폐쇄 정의로운 전환 설명회를 따라다녔던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재생에너지가 필요한 이유를 다뤘습니다.
[기고 전문]
기후운동을 이어온 7년 동안 많은 석탄발전소를 가봤다. 우리는 늘 발전소 앞에서 탈석탄을 외치며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고 돌아왔었다. 탈석탄을 외치면서 정의로운 전환을 함께 말하기는 했지만, 늘 강조는 탈석탄에 맞추어져 있었다. 정의로운 전환은 늘 어려웠고, 내가 당사자가 아니기에 할 수 있는 건 연대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땐 시위에 몇 번 나가는 것만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내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작년 겨울, 그 전과는 다른 이유로 석탄발전소를 돌게 되었다. 발전소 폐쇄 정의로운 전환 설명회를 따라다니며 당진, 태안, 영흥, 삼천포, 하동 다섯 곳의 석탄발전소를 다녀왔다.
다섯 곳의 석탄발전소를 다니며 간담회마다 입을 꾹 닫고 고개를 내리깔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이 문제를 나의 문제로 보지 않고 한 발짝 떨어진 채, 탈석탄만 이야기한 것이 부끄러웠다. 우리의 운동이 배제로부터 시작된 만큼, 누구도 배제되지 않기 위한 기후 대응을 만들자고 말해놓고는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었다.
발전소의 폐쇄는 노동자들만의 위험이 아니었다. 발전소 폐쇄 속에서, 사회적으로 야기된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떠넘기는 일을 목격했다. 단지 발전소에서 일하는 어떤 노동자가 겪는 어려움이 아니었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누군가의 삶을 고립시키고 배제하는지, 그 속에서 문제를 만든 이들은 어떻게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지를 확인했다. 이건 우리 사회에서 익숙하게 봐온 모습이었다. 당장 우리의 삶 속에서 마주하는 다른 문제들의 모습과도 너무 닮아있었다.
지금의 발전소 폐쇄는 끝일 뿐이다. 전환을 위한 시작이 아닌, 화석연료를 줄이면 끝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우리가 줄여야 하는 건 온실가스만이 아니다. 기후위기는 폭염과 폭우를 만들어내지만 침수되는 집, 불안정한 고용, 공동체의 해체, 에너지 접근성의 약화, 폭염에도 일해야 하는 노동 환경은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것이다. 덜 덥고 비가 덜 내리는 기후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덥고 비가 많이 와도 안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석탄발전소의 폐쇄가 기후위기의 위험을 줄이는 일로 보이지만, 지금의 계획 없는 폐쇄는 위험의 총량을 줄이지 못한 채 특정한 사람에게 위험을 떠넘길 뿐이다. 노동자, 지역 주민, 에너지 빈곤층에게 위험을 떠넘긴 채, 우리의 안전만을 챙긴다면 과연 그건 안전한 것일까. 전환은 누구와 함께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설계하는 문제다. 그 과정이 비어 있다면, 그다음 위험은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우리가 안전하기 위해서는 누구도 빼놓지 않아야 한다.
종종 왜 기후위기가 복지와 연결이 되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는 기후위기 속에서도 안전하게 살아가고 싶어서 기후운동을 한다. 기후위기의 위험이 커질수록, 사회안전망과 복지의 역할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는 혼자서는 이겨낼 수 없는 위기를 만들어내니까.
공공의 것을 늘린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믿을 구석을 늘리는 것이다. 더운 여름의 선풍기, 추운 겨울의 전기장판을 책임지는 전기가 우리의 것이 아니라면,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우리의 생활을 지원하기 위함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함이라면, 우리는 그 전기를 믿고 사용할 수 있을까.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을까. 돈이 없어도,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전기를 쓸 수 있을까. 혼자서 모든 것을 책임지지 않을 수 있도록, 사회적 위기가 개인의 위기가 되지 않도록 우리에게는 안전망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은 단지 에너지와 노동의 의제가 아니다. 어떻게 기후위기 대응하고, 어떻게 안전을 보장할지, 우리 사회가 어떤 전환을 향해 나아갈지의 문제이다. 전환은 공공의 것을 늘려야 한다. 전환은 모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전환은 누구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전환은 모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그 전환만이, 기후위기 속에서도 함께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더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말로 누군가를 배제해도 된다는 위기 앞에서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전환은 가능하다고 함께 이야기해 줄 사람들이 있어야 우리는 이 위기를 넘어갈 수 있다. 올해 태안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가 시작된다. 지금이 가장 안전한 전환을 설계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다.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국민동의청원으로 그 시작을 만들 수 있다. 우리의 작은 수고로 함께 만들 수 있는 전환은 고립과 배제가 아닌 모두의 전환이다. 기후위기 대응의 끝이 모두의 안전일 수 있도록, 그 시작에 함께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