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헌법소원]국민참여의견서 제출 배경(20240826)

2024년 8월 26일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위기 당사자 5,289명의 이야기를 모아 헌법재판소에 제3자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사회는 전문성을 지닌 이들에게만 발언의 기회를 줍니다. 하지만 기후위기의 당사자는 전문가만 있는 것이 아니며 각자가 마주한 위기는 누구도 대변할 수 없습니다. 단지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고 해서 우리의 위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평범한 모두의 언어가 법정 안에 함께하길 바라며 국민참여의견서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이 글은 국민참여의견서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하는 글이며, 국민참여의견서 전문은 링크(국민참여의견서 전문보기)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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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의견서 제출 배경


청소년기후행동(이하 청기행)은 기후위기의 위험 수준을 줄이고, 위기 속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삶이 안전할 수 있을 변화를 만드는 단체입니다. 존재하는 위기 속에서도 우리의 삶이 안전할 수 있도록 공공성과 사회안전망이 보장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0년 3월 13일, 청소년기후행동의 청소년 19명은 아시아 최초의 기후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일상적인 실천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거리에 피켓을 들고 나가 기후 대응을 외치는 것만으로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법도, 정책도 위기 속에서 우리 삶을 보호할 대책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존재했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지켜지지도 않았고, 사실상 폐기된 상황에서 우리는 헌법재판소로 갔습니다.


소송을 청구한 뒤에도, 결과를 마냥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는 계속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왔습니다. 현실의 위기 앞에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정부에 정책제안서를 전달하고, 국회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법 제정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는 후보자들을 만나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요청했습니다. 화석연료 사용을 늘리려는 기업에 그린 워싱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화석연료 발전소 건설 계획을 철회시켰습니다. 위기를 마주한 누구나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4년이 더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기후위기의 영향은 삶을 불안정하고 취약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위기 속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닌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삶을 위한 행동을 해왔지만, 우리가 만들 수 있는 변화는 많지 않았습니다. 정책 의사결정자에게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청'하거나 위험을 늘리는 의사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안전한 일상을 보장하기엔 한계가 너무 많았습니다. 결정권을 쥔 사람의 ‘자발적 의지'에 기댈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소송을 기다리며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시간은 헌법소원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힘을 가졌는지가 기준이 되는 사회 속에서 헌법재판소는 ‘권리'가 기준이 되는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헌법소원을 청구하고 3년이 지날 즘, 우리는 소송을 첫 시작부터 되짚어 봤습니다. 헌법소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역사를 서술한 책들을 읽으면서 헌법재판소가 생겨난 배경, 그동안 내린 주요한 사건들, 발전해 온 과정에 대해 파악했습니다. 헌법학에 관한 책과 논문을 찾아 읽으며 기본권이 뭔지, 어떻게 보장되는 것인지, 헌법재판소는 어떤 경우에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리는지 정리했습니다. 헌법소원의 판례들을 뒤지며 기후 헌법소원과 비슷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는 사건은 없는지 살폈습니다. 공개변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다른 사건의 공개변론을 방청하러 다녔습니다.


이렇게 보낸 몇 달의 시간 동안 우리가 확인한 건 헌법소원이 만들 수 있는 변화의 가능성이었습니다. 헌법소원은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권리를 지킬 변화는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의 기후 대응이 삭제한 삶의 맥락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권위나 전문성에 기대는 것을 넘어 기후위기를 마주한 사람들의 경험과 감각이 담긴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누구나 말하고 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지역과 연령의 사람들이 말을 남길 온라인 공간을 만들고, 조금이라도 쉽게 쓸 수 있도록 글쓰기 키트를 제작하고, 함께 쓰는 자리를 열었습니다. 그렇게 온라인 공간에서 메일로 우편으로 기후위기를 감각하지만 사회 문제에 대해서 한 번도 이야기해 본 적 없는 사람들, ‘나 같은’ 사람의 이야기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심하는 사람들, 멋있고 맵시 있는 글을 쓸 줄 몰라도 기후위기 속에서도 나의 삶이 지켜 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였습니다. 


1948년생부터 2016년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5,289명*의 이야기가 전국에서 모였습니다. 그중에서도 10~30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기존 정책 의사결정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국가의 기후 대응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이 갑갑함을 느낍니다. 갑갑함이라는 감정은 어떠한 문제를 잘 알고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입니다. 이 문제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현실에서 실행되는 해결책이 충분하지 못할 때 갑갑함을 느낍니다. 갑갑함을 느낀다는 건, 단지 기후위기를 체감하는 것을 넘어 지금의 방법이 잘못되었음을 안다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법과 정책에 우리의 삶이 고려되지 않는 것에 무력감을 느낍니다. 개인이 마주하고 경험하는 기후위기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였을 때,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느끼는 막막함이 사회적 불안으로 드러납니다. 우리는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 속에서 우리의 삶이 배제된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기후위기를 안전, 의식주, 생계 문제로 바라봤습니다. 이는 기후위기가 고차원적인 욕구와 연결된 문제가 아닌,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문제라는 뜻입니다. 조건 없이 지켜져야 할 삶의 밑바탕이 되는 것들조차 충족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점차 고립됩니다.


우리는 배제를 넘어서 우리의 삶을 지켜낼 방법을 찾기 위해 각자가 삶에서 마주한 위기에 관한 이야기를 국민참여의견서로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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