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울산에서 살고 있는 박민자입니다. 2013년부터 생협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전에 디자이너로 직장을 다녔지만, 출산과 육아를 거치며 아이 넷을 돌보는 주부로 살아왔습니다. 만나는 사람이 줄어들고, 집에서만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 갔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경제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사회활동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10년이 넘게 출산과 육아로 직장을 쉬었기에 재취업은 자신이 없었고, 위축된 상태에서 사회로 다시 나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스스로 생각의 범주가 좁아지고 가사와 돌봄노동만을 수행하며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할 수 있는 사회활동을 찾다가 암으로 돌아가신 엄마가 돈을 아끼기 위해 가격만을 보고 식품을 구매하며 아등바등 살았던 것이 너무나도 아팠던 기억에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한 식품 안전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생협에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협에서 활동을 하며 식품의 안전성을 넘어 플라스틱, 환경 문제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플로깅에 동참하고, 분리수거를 완벽하게 할 수 있게 노력하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나섰습니다. 저는 개인이 실천하지 않아서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는 줄만 알았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기에 개인적 실천에 강박적으로 매달렸습니다.
그러다 2019년에 한 과학자의 강의를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강의를 들으며 지구온난화로 알고 있던 기후위기가 단순히 개인의 실천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화석연료를 태우고 탄소를 배출하며 유지되는 이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실천 중심의 활동이 위기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구조적 문제를 지우고, 개인에게 죄책감을 갖게하고, 책임을 떠넘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 해결에 책임과 권한이 있는 국가와 기업이 움직여야 실제로 지금의 기후위기의 원인을 해결할 수 있고, 나와 이웃에 도움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실천을 넘어선 무언가를 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습니다. 국가와 기업에게 요구하는 일은 나보다는 더 많이 알고, 더 전문적이고, 더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는 여전히 제 의견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말해보고 싶었습니다. 기후위기가 그만큼 제 삶에 큰 위기로,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작년 삼척에서 진행된 915 기후파업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용기를 얻어 지금 말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걸 느낍니다. 위기는 개인의 짐이 되고,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상황을 우리는 마주하게 됩니다. 지금 위기가 온다면, 저는 그걸 이겨낼 능력이 스스로에게 없습니다.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얻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어질 것이고 잠을 자고, 씻고,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등 일상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에 매우 많은 값을 치뤄야 하는 상황이 닥치게 됩니다. 지금도 가진 자원의 양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지만, 지금보다 더 극단적인 수준으로 격차가 생깁니다.
저는 이 헌법소원의 위헌 판결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을 막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 되돌릴 수 없는 위험이라는 말이 저에게는 매우 크게 다가옵니다. 수많은 위험들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위험은 회복이 가능하거나,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아무리 어려워도, 수많은 피해를 낳은 후임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재난과 참사는 늘 되돌릴 수 없는 위험, 죽음과 희생을 수반했습니다. 항상 누군가가 죽고 희생되는 결과를 낳는 한국의 처참한 재난대응역량으로는 기후위기 시대를 버텨낼 수 없습니다. 지금의 사회에서 위기가 닥쳐온다면 안전할거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의 마지노선을 긋는 이 위헌 판결이 그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이미 지금도 위기이지만,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은 남겨 둘 수 있게. 돌이킬 수 없는 위험으로부터 나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저는 이 국민참여의견서를 제출합니다. 모두가 기후위기에 위협받지 않고 편안히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발언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발언자 소개: 40대 여성, 419 기후파업을 위해 울산에서 올라왔다. 생협에서 활동하며 소비자로서 기업에게 요구하는 것을 넘어선 기후위기 대응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 글은 지난 419기후파업에서 소개한 국민참여의견서를 준비하며 만난 사람들의 발언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울산에서 살고 있는 박민자입니다. 2013년부터 생협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전에 디자이너로 직장을 다녔지만, 출산과 육아를 거치며 아이 넷을 돌보는 주부로 살아왔습니다. 만나는 사람이 줄어들고, 집에서만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 갔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경제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사회활동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10년이 넘게 출산과 육아로 직장을 쉬었기에 재취업은 자신이 없었고, 위축된 상태에서 사회로 다시 나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스스로 생각의 범주가 좁아지고 가사와 돌봄노동만을 수행하며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할 수 있는 사회활동을 찾다가 암으로 돌아가신 엄마가 돈을 아끼기 위해 가격만을 보고 식품을 구매하며 아등바등 살았던 것이 너무나도 아팠던 기억에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한 식품 안전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생협에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생협에서 활동을 하며 식품의 안전성을 넘어 플라스틱, 환경 문제까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플로깅에 동참하고, 분리수거를 완벽하게 할 수 있게 노력하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나섰습니다. 저는 개인이 실천하지 않아서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는 줄만 알았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기에 개인적 실천에 강박적으로 매달렸습니다.
그러다 2019년에 한 과학자의 강의를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강의를 들으며 지구온난화로 알고 있던 기후위기가 단순히 개인의 실천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화석연료를 태우고 탄소를 배출하며 유지되는 이 사회 시스템의 문제라는 걸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의 실천 중심의 활동이 위기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구조적 문제를 지우고, 개인에게 죄책감을 갖게하고, 책임을 떠넘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 해결에 책임과 권한이 있는 국가와 기업이 움직여야 실제로 지금의 기후위기의 원인을 해결할 수 있고, 나와 이웃에 도움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실천을 넘어선 무언가를 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웠습니다. 국가와 기업에게 요구하는 일은 나보다는 더 많이 알고, 더 전문적이고, 더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는 여전히 제 의견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말해보고 싶었습니다. 기후위기가 그만큼 제 삶에 큰 위기로,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작년 삼척에서 진행된 915 기후파업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용기를 얻어 지금 말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걸 느낍니다. 위기는 개인의 짐이 되고,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상황을 우리는 마주하게 됩니다. 지금 위기가 온다면, 저는 그걸 이겨낼 능력이 스스로에게 없습니다.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얻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어질 것이고 잠을 자고, 씻고,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등 일상적인 삶을 유지하는 것에 매우 많은 값을 치뤄야 하는 상황이 닥치게 됩니다. 지금도 가진 자원의 양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지만, 지금보다 더 극단적인 수준으로 격차가 생깁니다.
저는 이 헌법소원의 위헌 판결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을 막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 되돌릴 수 없는 위험이라는 말이 저에게는 매우 크게 다가옵니다. 수많은 위험들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위험은 회복이 가능하거나,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아무리 어려워도, 수많은 피해를 낳은 후임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재난과 참사는 늘 되돌릴 수 없는 위험, 죽음과 희생을 수반했습니다. 항상 누군가가 죽고 희생되는 결과를 낳는 한국의 처참한 재난대응역량으로는 기후위기 시대를 버텨낼 수 없습니다. 지금의 사회에서 위기가 닥쳐온다면 안전할거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의 마지노선을 긋는 이 위헌 판결이 그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합니다. 이미 지금도 위기이지만,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은 남겨 둘 수 있게. 돌이킬 수 없는 위험으로부터 나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저는 이 국민참여의견서를 제출합니다. 모두가 기후위기에 위협받지 않고 편안히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발언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발언자 소개: 40대 여성, 419 기후파업을 위해 울산에서 올라왔다. 생협에서 활동하며 소비자로서 기업에게 요구하는 것을 넘어선 기후위기 대응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이 글은 지난 419기후파업에서 소개한 국민참여의견서를 준비하며 만난 사람들의 발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