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의견서 예시 보기]'선자'님의 말은 헌법재판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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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사는 황선자라고 합니다.

저는 오늘 요양보호사 학원을 빠지고 나왔습니다. 


저는 사실 사회 문제에 제 의견을 내본 경험이 없습니다. 먹고 살기 바빴으니까요.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는 것은 느낍니다. 때 아닌 일들이 늘어나고, 태풍도 홍수도 재난이 늘어가는 소식이 계속 들려옵니다. 36년간 살아온 집도 매년 달라집니다. 겨울에 더 춥고 여름에 더 더워집니다. 가끔은 집이 오래되어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새거나, 외벽이 무너질까봐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내가 어떻게 위험해지는지를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항상 그랬으니까요. 돈을 벌지 않으면 일상이 유지가 안되는 사회에서, 일하고 밥먹고 잠자고. 또 일어나 일하고 밥먹고 잠자고. 기후변화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고, 뭔가 할만한 그럴만큼의 여유가 있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꽤 오랜 시간동안 저는 가난도 개인의 능력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능력이 없으니까 애들이 힘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좀 더 노력했다면, 애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살기 바쁘니까, 기후위기 같은 사회 문제는 정치인들이나 하는 거지 저와 거리가 먼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제 딸은 기후위기를 걱정하고 변화를 만들기 위한 일들을 합니다. 저는 사회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부모가 뒤를 밀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나, 본인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없는 사람들이 하면 그 자리가 그 자리니까요. 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 삶도 나아지지도 않는 것 같아 고생만 하는 것 같았습니다. 본인이 한다니까 존중하지만, 오로지 여기에만 매달려있는게 마음이 아픕니다. 살면서 무슨 여유가 있다고 모든 걸 여기다가만 걸고 있는지. 남들처럼 멋도 부리며 살고, 여행도 하며 살길 바라는데 오로지 여기에 몰두하는걸 어느 부모가 좋다고 하겠습니까. 하지만 존중하고 지지합니다. 제가 문제를 해결해 줄 수가 없으니까요. 세상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데, 자기 안위나 걱정했으면 좋겠는데. 제가 보탤 능력이 없어서 속상할 뿐입니다.


 기후위기와 제 삶을 연결하는 고민을 이번에 처음 해봤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말하고 싶지 않은 취약성을 계속 끄집어 내야하는 것 같았습니다. 기후위기는 과거의 이야기나 나이든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애기들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들으려 뉴스를 보면, 민영화를 한다는 말들이 종종 들려옵니다. 민영화는 삶에 너무 당연하게 필요한 것들을 개인의 돈벌이 수단으로 만들어버립니다. 당장 전기나 가스의 비용이 오르고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합니다. 당장 죽는 것이 아니라 해도 앞날이 없는 삶은 비참합니다. 


나이가 들면 사람은 더 약해집니다. 아픈 곳이 늘어나고, 병원을 갈 일이 많아집니다.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나이가 많아질 수록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듭니다.

저는 지금 요양보호사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나이가 60이 넘어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나이가 들어가는 사회에서 사람을 돌보고 보호하는 일은 필요하기도 하니까요. 돈을 벌고 생계가 계속 유지되어야 살아가는데 불안감이 적을테니,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찾습니다. 


딸이 권리라는 것을 느껴본 적이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권리라는걸 당연히 가지고 있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 권리로 보호받는 다는 것을 느껴본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권리가 얻어지는 게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면 좋겠습니다. 


국민참여의견서를 같이 쓰는 과정을 거치면서 이렇게 제 생각을 차분히 문장으로 만들고 글로 만드는 과정을 처음 경험했습니다. 어떤 정책이 만들어지고 실행이 될 때, 그 안에 내 삶이 고려되었다고 느껴본 적은 크게 없습니다. 


그치만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법과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는 나같은 사람의 삶도 반영되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노동을 통해 돈을 벌어도, 십년 넘게 일해야 고작 한 두달을 쉴 수 있는 저는 늘어나는 재난이, 사람들을 충분히 보호하지 않는 사회가 두렵습니다. 버티다 죽는 삶보다는 내 삶이 노동에서 벗어나도 존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후위기 헌법소원이 이기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발언자 소개: 

64세. 서울에 거주하는 여성. 요양보호사 학원을 다니고 있고, 419기후파업을 위해 학원을 빠지고 왔다.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본적도 없고,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국민참여의견서에 함께 하면서 기후위기 속에서 자신의 삶의 불안정성을 체감했다. 그 과정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해 자신의 언어를 발화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 글은 지난 419기후파업에서 소개한 국민참여의견서를 준비하며 만난 사람들의 발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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